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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박윤만, 그 틈에 서서, 죠이북스] 예수의 삶의 자리 눅 9:57-58

성경본문

57. 길 가실 때에 어떤 사람이 여짜오되 어디로 가시든지 나는 따르리이다

58.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도다 하시고

적용

유랑민의 삶이 예수께서 택한 사역과 삶의 방식이었다. 한 집에만 머물지 않으시고 이 집 저 집, 바다 ,해변, 산, 길, 들, 광야, 회당, 예루살렘 성전 등 모든 곳이 하나님 나라를 가르치는 장소였다.

복음서가 보여 주는 예수의 삶의 무대는 그분의 집안이나 고향이 아니었다. 고향과 가족의 눈으로 보는 예수님은 결코 가정적이지 않았고, 전통에 매여있지 않았다.

 

예수님과 헤롯의 비교

누가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자신의 그 같은 삶의 방식을 여우와 새의 주거 방식과 비교하면서 더욱 부각시키신다. 예수와 비교된, 굴을 가진 여우는 그냥 동물을 가리킬 수도 있고 특정 인물을 가리키는 비유로 볼 수도 있는데, 둘 중 특정 인물을 가리키는 표현이라 보는 것이 더 나은 이유가 있다. 눅 13:31-32에서 예수는 헤롯을 '여우'라고 부르신다. 헤롯은 왕궁에서 왕 노릇 하며 백성을 다스리고 있었기에 여우도 굴이 있다는 말은 은밀한 왕궁을 본부 삼아 왕적 통치를 수행하고 있던 헤롯의 통치 방식을 염두에 둔 표현일 가능성이 높다. 헤롯과 달리 인자는 머리 둘 곳도 없다는 것이다.

 

예수님과 로마의 비교

공중의 새도 비유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시저의 통치를 지중해 지역으로 확장해 나가던 중심 세력인 로마 군대의 상징은 독수리였다. 로마 군대의 본부는 로마 황제가 있는 이탈리아였다. 그리므로 '새도 집이 있으되'라는 말은 로마 군인도 이탈리아라는 본부를 근거지 삼아 점령과 전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헤롯은 왕궁을 본부 삼아 갈릴리 지역을 다스리고, 로마는 이탈리아를 본부 삼아 온 지중해 지역을 통치하려 하지만, 하늘 통치를 땅에 심으려는 인자 예수께서는 고정된 거주지 없이 이곳저곳 떠돌아 다니고 있다.

 

예수님이 이런 삶의 방식을 가지신 것은 일정한 거주지 없는 삶의 방식이야말로 하나님이 이 세상에서 왕 노릇 하시는 방식에 일치한다고 판단하셨기 때문이다. 그분의 떠돌이 삶을 통해 드러난 대로 하나님 나라는 특정 장소와 영역에서만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 곧 모든 곳에서 드러나고 경험될 수 있는 실체다. 모든 영역과 공간이 하나님의 통치가 실현되는 장소여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헤롯과 시저를 생각하면 높이 솟은 왕궁이 생각나지만, 하나님을 생각하면 들, 강, 해변, 산, 바다, 배, 집, 회당이 떠오른다. 하늘의 하나님을 생각하는 데 다양한 장소가 낯설지 않은 것은 예수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내 집이라고 할 만한 집이 없으셨다. 하지만 그러한 삶의 방식은 예수로 하여금 모든 곳이 그분이 계시는 곳이 되게 하였다.

 

정치인과 종교인은 하나님을 한곳, 한 자리에만 머무는 분이라 생각하게 만들지만, 예수께서는 모든 곳이 하나님의 자리임을 알려주신다.